'역경 딛고 2관왕' 터키리그 점령한 배구여제 김연경 | 2017/05/03
'배구여제' 김연경(29·페네르바체)이 또 한 번 터키리그 정상에 올랐다.
페네르바체는 3일(이하 한국시각) 이스탄불 부르한펠레크 볼레이볼살론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의 2016~2017시즌 터키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0(25-20 25-18 25-23)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3연승을 달린 페네르바체는 통산 5번째(2008~2009, 2009~2010, 2010~2011, 2014~2015, 2016~2017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중심에는 '에이스'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1차전 12점, 2차전 22점, 3차전 11점을 쓸어 담으며 공격에 앞장섰다. 헌신적인 수비와 정확한 서브리시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연경은 20점 이후 승부처에서 '한 방'을 꽂아 넣으며 팀을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23-23으로 팽팽하던 3세트 후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밀어 넣기 공격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맹활약을 펼친 김연경은 2014~2015시즌 이후 두 번째 터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김연경 역시 시즌에 앞서 "터키리그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그 어느 때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있었다. 엑자시바시는 통큰 투자로 외국인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바키프방크 역시 떠오르는 신예 주팅(중국)을 품에 안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에 비해 페네르바체의 전력은 이전 시즌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다.
김연경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직후 곧바로 팀에 합류, 쉴 틈 없이 시즌을 치렀다. 결국 탈이 났다. 김연경은 복근·눈 부상, 대상포진 등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에이스' 김연경이 빠진 페네르바체는 힘을 잃은 채 흔들렸다.
위기 상황에서 김연경이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쳤다. 그는 "무릎과 어깨에 피로가 쌓였다. 경기 일정도 빡빡해서 힘들다. 하지만 에이스는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부상 투혼을 발휘, 동료들의 혼을 깨웠다. 덕분에 페네르바체는 연승행진을 달리며 터키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에이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팀을 2014~2015시즌 이후 2년 만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역경 속에서도 올 시즌 터키컵과 터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해피엔딩을 장식한 김연경. 그는 경기 뒤 "쉽지 않은 시즌이라 힘들게 준비했다. 그러나 어려운 시즌에 두 대회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올 시즌을 웃으며 마무리한 김연경은 곧바로 귀국, 짧은 휴식 뒤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