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김연경, 그래서 월드클래스 | 2019/04/12
주연급이지만 조연도 마다치 않는다. ‘배구 여제’ 김연경(31)이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엑자시바시의 승리를 이끌었다.
터키 여자배구 엑자시바시는 11일(한국시각) 홈인 터키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경기장에서 열린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3전2승제)에서 갈라타사라이를 세트스코어 3-0(25-17, 25-18, 25-18)으로 물리쳤다. 정규시즌 1위로 PO에 진출한 엑자시바시는 8강전에서 베일릭뒤지에 2연승 했고, 4강 1차전도 승리해 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2차전은 14일 열린다.
엑자시바시에는 특급 날개 공격수가 셋이나 있다. 세계 최고 라이트로 평가받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미국 대표팀 핵심인 조던 라슨, 그리고 김연경이다. 엑자시바시는 ‘연보라(연경-보스코비치-라슨)’ 트리오를 앞세워 수퍼컵과 터키컵 정상에 올랐고, 리그까지 3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김연경으로선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마르코 아우렐리우 모타(브라질) 엑자시바시 감독이 김연경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터키리그에선 외국인 선수가 3명까지 동시에 코트에 설 수 있다. 미들 블로커 로렌 기브마이어(미국)가 들어갈 경우, 모타 감독은 ‘연보라 트리오’ 중 주로 김연경을 뺀다. 실제로 4강 1차전에서 김연경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6득점에 그쳤다. 스파이크 횟수가 13번밖에 되지 않았다. 라슨은 17점, 보스코비치는 9점을 뽑았다. 사실 이런 상황이 김연경에게는 낯설다. 한국·일본·터키·중국 등 여러 리그와 팀을 거치는 동안 그는 늘 팀의 중심이었다.
세계 배구계가 인정하는 김연경의 가치는 공격에만 있지 않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선수라는 건 대단한 장점이다. 김연경은 터키리그 최고 대우를 받는다. 지난해 엑자시바시에 입단하면서 중국 대표팀 간판 주팅(바키프방크, 135만 달러)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 자신도 현재 상황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리시브만큼은 자신 있다. 팀에서 내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김연경은 리시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갈라타사라이전에서도 리시브 정확도 60%를 기록했다. 잠잠한 김연경의 득점포도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시즌 3관왕에 도전하는 엑자시바시가 믿을 구석은 역시 김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