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거포’ 김연경, 여자 배구 ‘보물’ | 2005/11/17
'소녀 거포' 김연경(17.한일전산여고)이 국제 대회 데뷔 무대에서 연일 주가를 드높이며 한국 여자 배구의 보물로 떠올랐다.
김연경은 16일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벌어진 2005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대회 둘째 날 일본전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인 21점을 쓸어담으며 체육관을 가득 메운 8천여 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김연경은 특히 박빙의 리드가 이어지던 1세트 8-7에서 서브 에이스 2개를 연속으로 상대 코트에 꽂아넣으며 노련한 일본 선수들의 혼을 빼놓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 서브가 체중을 실은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였다면 두번째 서브는 힘을 살짝 빼고 가운데 빈 공간을 노려 일본 선수들의 허를 찌르는 등 신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완급 조절 능력까지 과시했다.
한국은 이날 비록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접전 끝에 0-3으로 패하긴 했지만 혜성같이 등장한 대표팀 새내기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일본과의 라이벌전에서 모처럼 게임 다운 게임을 해본 셈.
한국은 올 여름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일본에 2차례 모두 참패를 당한 뒤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조직력 난조를 드러내며 완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었다.
대회 첫날 미국전에서도 팀내 최다인 14점을 올렸던 김연경은 이로써 2게임 합산 득점 35점을 기록해 미국의 장신 레프트 낸시 메카프와 함께 이번 대회 다득점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4년 마다 각 대륙별 우승자끼리 맞붙어 진정한 배구 최강국을 가리는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은 축구로 따지면 월드컵에 해당되는 큰 대회.
이런 큰 무대에서 대표팀에 갓 선발된 여고생이 첫 게임부터 주전으로 나서는 것 자체도 매우 드문 일인데, 과감한 플레이로 단숨에 '에이스' 자리까지 꿰찬 것은 더 더욱 유례가 없는 일.
그동안 김화복 배구 협회 사무국장과 '코트의 여우' 박미희, '거포' 지경희 등이 고교 시절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런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인 선수는 없었다는 것이 배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한편 김연경은 이날 경기 후 "일본이 강한 팀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경기를 해보니 우리와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더라"면서 "내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반드시 일본을 꺾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