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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워너비·흥국생명 여자배구단 단체 미팅 | 2006/05/15

기념사진 찍으랴, 대화 나누랴. SG워너비와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의 단체 미팅은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첫 촬영중 입을 꾹 다문 SG워너비의 리더 채동하의 모습에 미녀 선수들은 일순 멋쩍어 했다. 이를 눈치챈듯 채동하는 입을 벌려 치열교정기를 보여주면서 “이것 때문에요”라고 머쓱해 했다. 선수들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이미 했는데…”라며 ‘얼짱’의 숨겨진 비밀을 고백했다.

 

이어진 채동하의 질문. “치열교정기하고 연습할 수 있어요?”. 올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거머쥔 김연경은 “뭐… 공 맞으면 피 좀 흘리면 돼죠”라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넉넉한 웃음은 이내 3명의 SG워너비 멤버와 7명의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이, 양측은 오랫 동안 만나온 연인처럼 도란도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키가 커서 슬퍼요”

 

흥국생명 선수단의 김연경과 황연주는 SG워너비와의 만남에서 처음에는 ‘소외’됐다. 김연경(188㎝)과 황연주(177㎝)가 SG워너비의 멤버보다 키가 훨씬 크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도 앞줄이 아닌 뒷줄로 밀렸다. 두 선수보다 키가 작은 이영주·구기란 등이 SG워너비 옆에 앉는 ‘특혜’를 누렸다. ‘분위기 메이커’ 김연경이 반격을 시작했다.

 

“영주 언니는 남자친구 있어요. 연주 언니도 SG워너비와 악수 좀 하게 해주세요.”

 

언니들과 사진기자의 배려로 SG워너비 옆에 서게 된 김연경과 황연주는 “이제부터 열심히 할게요. 어떤 포즈를 원하세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제발, 불러줘~”

 

경기도 용인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노래는 더없이 좋은 친구다. 특히 SG워너비의 감미로운 발라드는 이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선수들은 SG워너비의 3집 타이틀곡 ‘내사람’과 수록곡 ‘폭풍’을 좋아하는 쪽으로 패가 나뉘어 옥신각신 하기도 했다. 이들은 선물로 받은 SG워너비의 3집 수록곡이 고스란히 담긴 디지털디스크를 들으며 흥겨워 했다.

 

SG워너비는 바늘꽂을 틈없이 빽빽하게 짜여진 스케줄을 조정해 최고의 ‘얼짱’ 스포츠스타들을 만나기 위해 스포츠칸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우승 기념 유럽여행을 마치고 9일 귀국한 흥국생명 선수들 역시 SG워너비와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SG워너비의 감미로운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다. 흥국생명의 ‘원조 얼짱’인 진혜지가 동료들을 위해 ‘십자가’를 졌다.

 

“부탁이 있어요. 라이브로 2집에 실린 ‘사랑했어요’를 한번 불러주세요.”

 

옆에 있던 김연경·황연주 등이 “불러줘, 불러줘”를 외치면서 애교어린 응원전을 펼쳤다. 이에 채동하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는 듯 선수들의 요구를 당당하게 블로킹했다.

 

“먼저 배구 시범을 보여줄래요? …그것봐요. 쑥쓰러워서 못하잖아요.”

 

그러자 흥국생명의 맏언니 구기란이 강 스파이크를 날렸다.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어요”라면서 덕수궁 돌담길 앞에서 즉석 시범을 보여줬다. 이에 놀란 SG워너비의 김용준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김용준은 “전국투어콘서트 첫 공연이 경기도 성남에서 이번 달 27일에 있어요. 꼭 오세요. 그 때 ‘사랑했어요’를 불러드릴게요. 부르면서 여러분들을 생각할게요”라고 약속했다. 다음달 6일까지 달콤한 휴가를 보장받은 선수들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잘 됐어요. 27일이면 우리 모두 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초대권 보내주실거죠?”

 

#“내년에도 만나요”

 

신세대답게 짧은 시간 안에 친구가 된 흥국생명 선수들과 SG워너비 멤버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먼저 흥국생명 선수들이 SG워너비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사진 촬영 중에도 SG워너비의 앨범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특히 김연경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계속 들어도 정말 노래가 좋아요. 역시 발라드는 SG워너비에요”라고 열심히 바람을 잡았다.

 

이에 질세라 SG워너비의 막내 김진호도 미녀군단 흥국생명의 ‘도우미’로 변신했다. 김진호는 ‘저 키 큰 여자들은 누구야’라고 소곤소곤거리는 시민들에게 “올해 프로배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선수들이에요. 배구 실력뿐만 아니라 얼굴도 이쁘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짧은 데이트를 아쉬워한 SG워너비는 정동길을 걸어오면서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붕어빵’을 건넸다. 붕어빵을 받은 흥국생명 선수들은 “스케줄이 바빠도 여자 배구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며 “우린 코트에서 열심히 할 테니까 SG워너비는 팬들에게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많이 불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SG워너비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라며 “내년에도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최고의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화답했다.

 

글 강석봉·노우래 기자 | 사진 김기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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