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터뷰

김연경, 배구 한류 선봉장 | 2009/12/30

 

그에게 2009년은 ‘위대한 도전’의 해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아무도 넘보지 못한 무대. 하지만 그는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고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꿰었다. 한국 여자 배구 최초로 해외리그에 진출한 ‘에이스’ 김연경(21·JT마블러스).


올시즌 일본 프리미어리그에서 개인 공격부문 1위를 달리며 소속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배구팬들은 한 수 위인 일본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그를 보며 “(배구) 배우러 갔다가 가르쳐주고 오는 거 아니냐”며 뿌듯해 한다. 1월9일 재개되는 리그 2라운드를 앞두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김연경과 국제전화로 한 해를 마치는 소감을 들었다.


◇일본 배구를 접수하다


가자마자 개인 공격 1위를 휩쓸다니. 일본 배구, 별 거 없는 거 아닌가. 첫 질문에 김연경은 “아유, 별 거 있고요” 하며 정색한다. 그는 “‘현미경 배구’ ‘데이터 배구’ 라더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스파이크 때리는 코스마다 수비수들이 딱딱 서 있는데, 처음엔 정말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두른다.


김연경은 리그 6경기 전 경기를 뛰며 득점 공동 1위(119점), 세트당 공격 성공 1위(5.58개), 백어택 성공률 2위(46.4%), 공격 성공률 4위(47.3%) 등 공격 주요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의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만년 하위팀 JT 마블러스는 6전 전승 단독선두를 질주 중이다. 최근 2년 간 10개 구단 중 8위와 9위를 했던 팀이다.


기무라 히로시 구단주는 경기장에 올 때마다 김연경의 손을 부여잡고 “우리 팀이 이렇게 잘 한 적은 처음”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김연경은 “그런데 보너스는 안주던데요” 하며 또 씩씩하게 웃는다.


◇내 이름은 욘사마


팀 성적과 개인 기록은 좋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외국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빠른 적응을 위해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숙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연경은 “사실 아직도 한국이 많이 그립다. 한국 가요와 인터넷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지탱해주는 보약은 엄마가 직접 챙겨준 홍삼. 매 경기 도핑 검사가 있어 다른 약은 함부로 먹지 못한다. 동료들도 실력좋고 성격좋은 김연경에 푹 빠졌다. 동료들은 그를 ‘연경씨’라는 의미로 처음에 ‘욘경상’이라 불렀다가 ‘욘상’으로 줄여 부른다. 김연경은 “요즘엔 장난삼아 ‘욘사마’라고 불러요. 저 욘사마에요” 하며 웃는다.


◇2010년엔 또다른 도전


그는 경기에 나서기 전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가슴에 새기고 코트에 들어선다.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만이 일본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텃세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매일매일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게 참 좋고 뿌듯하다"며 쑥스러운 듯 고백한다. 2010년 그의 첫번째 목표는 소속팀의 일본 리그 우승. 그리고 누가 봐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의 미니홈피 대문에 써있는 글귀는 '멈추지 말자'다. 무슨 의미일까. "아 그거요? 지금보다 더 멀리 쭉쭉 나가자.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뜻이죠, 하하."

 

 

아시아투데이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