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같다구요? 예뻐보이고 싶은데… | 2008/02/18
여자배구 흥국생명 간판 공격수 김연경
만 나이로 따지면, 아직도 스무살을 넘지 못한 김연경. 그에겐 배구가 중요하지만, 또 다른 관심거리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것은 십대후반이란 나이가 갖는 소박한 희망 때문이다.
프로배구 여자부 1·2위 간 대결이 펼쳐진 지난 17일 흥국생명의 3년 차 간판 공격수 김연경은 두 팀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활약에 팀은 작년보다 일찍 20승(3패) 고지에 선착했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매직넘버도 ‘2’로 줄여놓았다.
황현주 감독의 인터뷰가 끝난 뒤 5분이나 늦게 기자실에 허겁지겁 도착한 그는 첫 마디를 “겉으론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고 했다. 온 몸이 부상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90%는 된 것 아니냐”고 여유있게 말했다.
흥국생명은 하루 쉬고 화요일(19일) 현대건설 경기만 하고 나면, 다음주 화요일(26일) 현대건설 경기까지 1주일이란 ‘긴’ 시간을 얻게 된다. 황 감독이 “나도 좀 휴가도 내고, 선수들도 쉬게 하겠다”고 말해 김연경에게 ‘그 시간에 뭘 하겠냐’고 물었다.
“미용실부터 가겠다”고 한다. 이유인즉 “머리에 영양도 듬뿍주는 등 모발관리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집(안산)엔 가지 않겠냐고 묻자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황 감독이) 외출 정도만 주지, 외박까진 아마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다. 감독 마음을 꿰뚫고 있다.
김연경과 함께 코트에서 팀 우승을 일궈낸 뒤 프런트로 새롭게 출발한 진혜지가 귀띔한다. “(김)연경이가 무척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남자’같은 인상을 떨쳐버리려고 하기 때문이죠.”
사실 김연경이 어깨를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이나, 서브를 넣으려고 허리를 숙이는 준비자세 동작이 ‘사내아이’를 연상케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미녀구단 흥국생명’이란 화려한 찬사 속에서 자신도 남들에게 ‘예뻐보이는 10대’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터다. 진혜지 프런트는 “1년차 때도 경기 끝나면 눈 밑에 화장을 할 정도로 외모에 꽤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젠 제법 숙녀티가 물씬 풍길 정도가 됐다”고 씩 웃는다. 그러곤 최근 선수들이 모두 머리를 함께 했는데, 김연경과 이보라 둘 만모양새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