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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룰 이어 문성민룰, 배구연맹 ‘땜질의 달인’ | 2010/09/08

편법적 복귀허용뒤 뒤늦게 ‘드래프트룰’ 강화

구단요구 주먹구구 수용…원칙 훼손 되풀이

 

프로배구엔 최근 2년 사이 두 가지 새로운 룰이 생겼다. 이름하여 ‘김연경 룰’과 ‘문성민 룰’이다. 둘 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걸출한 선수의 이름이 붙은 걸로 봐서 ‘특별한’ 규칙이겠거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 것들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7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독일과 터키 무대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 켑코45에 복귀한 뒤 드래프트라는 편법으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문성민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연맹 규정은 드래프트를 거부하면 5년 동안 연맹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런데 문성민이 올해 복귀할 무렵 일부 구단과 연맹은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해서 원 소속 구단에 복귀하면 선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앞으로 유망주가 외국에 진출한 뒤 이런 식으로 국내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자 프로배구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달 28일 규정을 개정했다. 신인 선수가 드래프트를 거부하면 5년 이내 어떤 구단과도 계약할 수 없다는 이른바 ‘문성민 룰’이다.

 

개정 규정과 상관 없이, 문성민의 드래프트 거부는 명백히 규정을 위반한 것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구단들의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에서 개막한 수원·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 대회 직전까지 한 프로구단이 문성민을 데려간 구단의 공식 사과가 없으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연맹 상벌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규정상 5년 자격상실과 경고, 최고 1억1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며 “16일 다시 상벌위원회를 열어 문성민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김연경 룰’이 생겼다. 국외로 임대된 선수가 시즌 도중 국내 리그로 돌아올 경우 잔여 경기 수의 25%만 뛰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햇수에 한 시즌을 뛴 것으로 계산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리그와 국외 리그를 한 시즌에 동시에 뛰는 게 가능해지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결국 김연경은 일본 리그에서 연초까지 활약한 뒤 임대계약이 끝났다는 해석으로 컵대회에 출전해 흥국생명의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까지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는 12월부터는 일본 리그로 복귀한다.

 

원칙보다는 편법에 능한 연맹이 구단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배구계의 불신과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겨레 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