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亞 여자배구 최고 선수로 발돋움 | 2010/12/28
- 2010 스포츠 15人 ⑮ 김연경 편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한국여자배구는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중심으로 도약하는 일본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여자배구는 한국을 부러워했다. 192cm의 장신이면서도 뛰어난 스피드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좁은 무대를 벗어난 김연경, 일본 리그를 평정하다
중학교 때까지 단신이었던 한 어린 소녀는 리베로와 세터를 거치면서 수비와 기본기 수업을 탄탄히 쌓았다. 그리고 이 소녀의 신장은 순식간에 자랐고 어느덧 190cm에 이르게 됐다. 큰 키를 이용해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한 김연경(22, JT마베라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 2009-2010 시즌, 김연경은 일본 프로배구 V리그로 진출했다. 일본 최고의 세터인 다케시타 요시에(32)가 이끄는 JT마베라스에 입단한 김연경은 팀의 25연승을 이끌었다. 2월 6일 열린 도레이와의 경기에서는 한경기 개인 최다득점인 45득점을 기록했다.
JT마베라스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김연경은 일본리그 우승을 노렸지만 도레이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 총 696득점을 올리며 득점왕에 등극했고 공격성공률도 47.70%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1년 만에 국내대회 복귀, 흥국생명을 KOVO컵 정상으로 이끌다
일본리그에 진출했지만 김연경의 소속 구단은 여전히 흥국생명이었다. 이번 2010-2011 시즌도 JT마베라스로 이적한 것이 아니라 임대된 상태다. 지난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수원에서 열린 2010 IBK 기업은행 KOVO컵 대회에 김연경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김연경이 없었던 흥국생명은 2009-2010 시즌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공수주에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소화해내는 김연경이 가세하자 흥국생명은 '강팀'으로 변모했다. 흥국생명은 KOVO컵 무패행진을 달리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또한, 김연경은 이 대회 MVP에 등극했다.
흥국생명에는 김연경의 공격을 가장 잘 살려주는 세터인 국가대표 김사니(29)가 새롭게 가세했다. 김사니와 김연경이 완성해내는 세트플레이는 압도적이었고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김연경의 진가는 국내 대회가 아닌 국제무대에서 나타났다.
눈앞에서 놓친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러나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다
김연경은 뛰어난 실력과 함께 언제나 승리를 갈망하는 강한 '열정'을 지녔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경기든 지는 것은 싫어한다"고 강조한 김연경은 올해 최고의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1994년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세계무대에 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아시아 무대에서도 흔들리는 '종이호랑이'로 추락하고 있었다. 문제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표선수들이 팀워크를 다져나갈 '시간'이 없어서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여자배구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11월에 열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3개월 동안 훈련을 소화했고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김연경을 비롯해 김사니, 한송이(26, 이상 흥국생명) 황연주(24), 양효진(21, 이상 현대건설) 김세영(인삼공사)등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노련한 센터인 정대영(29, GS칼텍스)까지 가세하면서 최고의 선수 구성을 갖췄다.
최정예 멤버들이 모인 대표팀은 태릉선수촌과 충남 신탄진 인삼공사 체육관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그리고 10월 말, 일본에서 열린 2010 FIVB(국제배구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선전을 펼쳤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15연패 중이던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또한,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터키를 3-2로 꺾는 쾌거를 올렸다. 김연경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있었으며 아시안게임의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완파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예상대로 홈팀인 중국이었다. 예선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지만 한국의 금메달 획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였다.
또한, 한국의 주포인 김연경과 중국의 에이스인 왕이메이의 자존심 대결도 펼쳐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공격에만 집중했던 왕이메이는 혼신을 다해 수비에도 힘을 쏟았다. 1,2세트를 따낸 한국은 아시아게임 금메달 획득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심판의 지나친 편파판정과 중국의 막판 뒷심이 살아나면서 승부는 최종 5세트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세트에서도 김연경의 공격이 불을 뿜은 한국은 14-12로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수비수로 들어온 오지영(도로공사)이 통한의 리시브 실책을 하면서 14-14 듀스를 허용했다. 한송이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면서 전세는 역전됐고 결국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한국 여자배구는 선전을 펼치면서 '자존심'을 되찾았다. 그 중심에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김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가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기대되는 이유도 '전천후 플레이어' 김연경이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