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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 김연경의 한국 배구 현실 진단 | 2020/11/19

흥국생명 김연경이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김연경(32ㆍ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국내 프로배구 V리그는 물론 일본(JT 마블러스), 터키(페네르바체 SK), 중국(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 해외 리그들을 거치며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아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에선 한국 대표팀이 4위를 기록했음에도 득점왕(207점)에 오르는 활약 덕분에 이례적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7일 ‘배구여제’ 김연경을 단독으로 만나 한국 배구의 현주소를 물었다. 그가 지난 6월 국내 V리그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후 특정 언론사와 따로 만나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흥국생명 통합 우승 기원

 

김연경은 “V리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팬 분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고 있고 미디어도 관심 있게 다뤄주고 있어 좋다”며 “다만 리그에 속한 구단의 수가 늘어나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되면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대표팀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솔직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대표팀이 국제적인 경쟁력이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저희는 전력이 떨어지는 상황이긴 하다”며 “그래도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이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저도 노력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이 내년엔 꼭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은 김연경의 국내 복귀에 영향을 줬다. 그는 “국내 복귀에 관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들어와서 보니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돌아봤다.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첫해인 2005-2006시즌부터 팀을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신인상은 물론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 모두 그의 차지였다. 이후에도 2006-2007시즌 통합 우승, 2007-2008시즌 정규리그 우승,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등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김연경은 2009년부터 일본과 터키, 중국 리그 등에 진출해 활약하다 올해 국내 무대로 전격 복귀했다.

 

올 시즌 7경기에 출전해 공격 종합 성공률(47.48%)과 오픈 공격 성공률(44.44%), 시간차 성공률(65.00%), 서브(세트당 0.517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득점도 3위(184점)에 포진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국내로 돌아오면서 개인 기록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팀은 통합 우승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연경은 “이재영(24), 이다영(24) 모두 잘하고 저희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매 경기 준비하고 집중하며 그게 쌓이다 보면 결국 우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언급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오랜 신념은 ‘처음처럼’이다. “소주 ‘처음처럼’은 아니다”라고 농을 건넨 김연경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더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떻게 배구를 시작했고, 어려울 땐 어떻게 풀어갔는지 그런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 한다”고 힘주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리지만 배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땐 크게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가 아니었다. 김연경은 “배구를 일찍 시작해 기본기는 괜찮았지만, 신체 조건은 썩 좋지 못했다. 키가 140cm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득점 등 공격을 잘 하는 선수들이 요구됐는데 저는 그런 선수이지 못했다. 그래서 기회를 많이 얻진 못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키가 많이 컸고 이후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도쿄 올림픽은 그가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다. 이후 계획을 묻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올해 부상도 있었고 경기에 나서지 못한 기간이 길어서 시즌 전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컨디션을 보니 나쁘진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부치는 느낌이 많이 없다. 아직까진 짱짱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김연경은 삶의 시계 초점이 경기 출전을 위한 컨디션 유지에 맞춰져 있다.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실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연경은 MBC ‘나 혼자 산다’,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다. 그는 “요즘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한다. 긍정적으로 본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좋은 효과로 배구도 예전에 비해 인기 종목으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이 2017년에 낸 저서의 제목은 ‘아직 끝이 아니다’이다. 배구계에서 이룰 만큼 다 이룬 선수이지만 아직도 그의 커리어는 진행형이다.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 달성과 올림픽에서의 활약 여부에 기대가 쏠린다. 김연경은 “훗날 배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 ‘배구’라고 하면 제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명예로운 선수로 남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출처 : 한스경제_한국스포츠경제(http://www.sporbiz.co.kr)

 

[단독인터뷰①] ‘여제’ 김연경의 한국 배구 현실 진단 - 한스경제_한국스포츠경제

김연경(32ㆍ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국내 프로배구 V리그는 물론 일본(JT 마블러스), 터키(페네르바체 SK), 중국(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 해외 리그들을 거치며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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