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키도 꿈도 ‘무럭무럭’ | 2007/04/01
두시즌 연속 챔프전 MVP 흥국생명 김연경
챔프전 4경기 117점 팀 승리견인
후위공격 강점…“유럽 진출 희망”
인터뷰실에서 김연경(19·흥국생명·사진)은 자신의 몸(오른어깨·왼무릎)을 감쌌던 압박붕대를 풀었다. 돌돌 말아도 한 움큼이 넘게 나왔다. 그는 “쉬는 동안 왼무릎을 수술하거나 아니면 계속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오른무릎이 안 좋아서 프로 데뷔 이후에 왼무릎을 많이 써온 결과다. 그래도 지난 시즌 프로에 입문해 두차례 연속 통합챔프에 올랐으니 무릎통증쯤은 잠깐동안 잊어도 될 것 같다.
김연경이 또다시 해냈다. 김연경은 3월31일 끝난 2006~2007 V-리그 여자부 챔프전에서 4경기 동안 혼자서 117득점(경기당 평균 29.25점)을 올리면서 흥국생명의 두 시즌 연속우승에 힘을 보탰다. 자신은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6일 발표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도 두 시즌 연속수상이 거의 확실해 여자프로배구에 바야흐로 ‘김연경 시대’가 온 듯 하다.
스스로는 “꼼꼼하고 섬세해 여성적인 면이 많다”고 말하지만, 김연경은 ‘톰보이’ 이미지가 강하다. 짧은 커트의 외모는 물론이고 경기 때 여느 여자선수와는 다른 파워 실린 스파이크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두 시즌 연속우승을 결정지은 것도 김연경의 파워넘치는 일품 후위공격이었다.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챔프 4차전(3월31일). 김연경은 25-26으로 뒤진 4세트에서 무릎통증에도 과감한 두차례의 후위공격으로 세트를 마무리했고, 5세트도 후위공격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남자선수 못지 않은 파워를 갖췄지만 김연경은 만족을 못한다. 여자배구 사상 최초의 유럽무대 진출이라는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유럽 쪽으로 진출해보고 싶어요. 한번 나감으로 해서 배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있을거예요. 그럴려면 근육을 길러 파워를 더 키워야 하는데, 잘 찌는 체질이 아니라서 걱정이예요.”
그는 지난 2월21일 도로공사전에서 거친 항의를 하다가 퇴장당하고, 이후 1경기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는 등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퇴장당하고 눈물이 났어요. 억울해서가 아니라 자제해도 됐을텐데 왜 내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의 눈물이었죠.” 김연경은 3월31일 챔프전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자 적극적으로 감독을 만류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월말을 계기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만 열아홉살인 김연경의 현재 키는 1m90. 1년 전보다 2㎝가 더 자랐다. 그의 키가 아직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듯, ‘여자배구 사상 첫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그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한겨레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