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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유니폼 10번은 김연경의 것. 10년간 10번을 영구결번시키고 김연경을 기다린 흥국생명 | 2020/06/10

11년의 기다림. 드디어 핑크색 유니폼 10번이 주인을 만났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10일 열린 한국 무대 복귀 기자회견 때 깜짝 놀랐다. 자신이 해외리그로 떠난 이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10번을 달고 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할 때부터 10번을 등에 달았다. 이후 국가대표팀에서도 10번은 김연경의 등번호였다. 일본 JT마블러스, 터키 페네르바체, 엑자시바시,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에서 뛸 때도 김연경의 등번호는 10번. 10번은 김연경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은 김연경에게 흥국생명의 핑크색 유니폼을 김연경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유니폼엔 10번이 딱 박혀 있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누가 10번을 달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을 법 하다. 최고의 선수가 돌아오면 때로는 자신의 등번호를 양보해야 하는 선수는 아쉬울 수 있다.

 

흥국생명의 10번은 '사실상' 영구결번이었다. 김연경이 떠난 이후 흥국생명 구단은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10번은 늘 비워놓았다. 언젠가는 돌아올 김연경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다른 선수들이 쓰도록 하다가 돌아올때 내어줄 수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은 '10번=김연경 등번호'로 인식했다.

 

국내 선수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말조차 꺼내지 않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가끔 10번을 달고 싶다며 여러 차례 구단에 요청했다. 그때마다 흥국생명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김연경이 언젠가 우리 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그 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줄 수 없었다"면서 "김연경이 그 얘기를 전해듣고 '정말?'하면서 놀라더라"며 웃었다.

 

11년만에 흥국생명 10번은 주인을 찾았다.

 

김연경은 복귀 기자회견에서 "핑크 유니폼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많이 설렌다. 빨리 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 "팬분들께 앞으로 좋은 모습,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다른 팀 팬들도 즐거워하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1년 계약을 했다.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번 결정을 하면서 내년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올해 잘 해서 내년 올림픽을 준비해보자는 생각만 했다. 1년 계약에 대해 의문점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다음에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올시즌은 팀우승, 내년에는 올림픽 메달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신생팀 창단에 대해선 "김연경 효과로 새로운 팀이 창단되면 좋을 것 같다. 한 팀 말고 두 팀이 창단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제 결정도 중요할 것 같은데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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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