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터뷰

김연경, "컵대회·아시안게임 두 마리 토끼 잡겠다" | 2010/08/31

 

"국내 대회에 돌아오니 느낌이 새로워요. 팀의 우승을 위해 합류한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꼭 메달에 도전하고 싶어요"

 

1년 만에 국내 대회에 복귀한 김연경(22, JT마베라스)은 역시 남달랐다. 28일 열린 '2010 수원 IBK 기업은행 프로배구' 수원시청과의 경기에 출전한 김연경은 홀로 23점을 득점하며 팀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29일 열린 KT&G전에서는 17득점을 올렸다.

 

지난 2009-2010 시즌, 일본 V리그 팀인 JT마베라스에서 활동한 김연경은 오랜만에 친정팀에 복귀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랜만에 팀에 들어와서 그런지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색한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함께 뛴 선수들이 있어서 금방 적응 할 수 있었죠. 특히, 이번에 새로 팀에 합류한 (김)사니 언니는 대표팀에서 손발을 많이 맞춰봐서 그런지 편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국내 정상급 세터로 군림해온 김사니(29, 흥국생명)는 2009-2010 시즌이 끝난 뒤, 흥국생명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KT&G 아리엘스의 우승 주역이었던 김사니는 흥국생명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김연경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연경은 JT마베라스에서 일본 최고의 세터로 불리는 다케시다 요시에(32, JT마베라스)와 호흡을 맞췄다. 159cm의 단신이지만 정확한 토스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일본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다케시타의 볼을 쳐본 김연경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 분은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해요. 많은 배구 유망주들이 우러러보고 있는 다케시타 같은 세터와 경기를 해본 것도 저에겐 큰 경험이 됐습니다"

 

일본리그에 활약하면서 놀란 것은 여자배구에 대한 일본의 뜨거운 관심이다. 국내와는 달리 일본에서 여자배구는 인기스포츠 순위에서 늘 5위권 안에 든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질 때 관중석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본의 여자배구 사랑은 정말 뜨거워요. 경기장을 꾸준히 찾는 팬들도 많으시죠. 국내 리그 경기보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특히 인기가 높은데 국제대회 경기를 하면 일본의 아이돌들이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을 하는 문화도 있습니다(웃음)"

 

일본 배구를 몸소 체험한 김연경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과 지도방식이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일본의 '현미경 배구'는 강력한 대표팀으로 완성되었다.

 

높기 만한 일본의 벽, 그러나 희망은 존재한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일본 1진 팀에게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춰오고 있는 일본은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해 국제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일본은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아니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태릉에서 대표팀과 손발을 맞춰봤는데 작년보다는 좋다는 것을 느꼈어요.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많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자배구선수들이 세계 배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김연경은 털어놓았다. 그리고 올해 일본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팀의 대들보인 기무라 사오리(24, 토레이 애로우즈)를 중심으로 지난 시즌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합류해 한층 탄탄한 조직력을 구성했다.

 

여기에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팀인 태국도 아시안게임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주전 선수 대부분은 모두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다. 또한, 주니어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태국은 최고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는 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더욱 강해졌고 태국도 만만히 볼 팀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도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꼭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습니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한국여자배구의 대들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연경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는 조혜정 감독은 "김연경은 장신이지만 수비 자세와 리시브도 좋고 모든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다"고 평가했다.

 

배구를 시작할 때, 단신이었던 김연경은 리베로와 세터 등을 거치면서 공격수로 성장했다. 포지션을 고르게 소화하면서 서브리시브와 수비의 기본 자세를 배운 김연경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한일전산여고를 거쳐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프로데뷔 첫해에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연이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 위에 누워야만 했다. 역경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을 3번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JT마베라스에서 '주포' 역할을 도맡았다.

늘 정상에 도전하고 있는 김연경은 1년 만에 출전한 이번 컵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 목표다. 이 대회가 끝난 뒤, 다시 대표팀 훈련에 들어갈 예정인 김연경은 AVC(아시아배구연맹)컵과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예정이다.

 

"빡빡한 일정이 남아있지만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컵대회는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 이번에는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어요"

 

 

엑스포츠뉴스

글 조영준 기자, 사진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