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삼총사? 성적 나쁘면 태클 들어와요” | 2008/12/26
상큼·발랄·깜찍한 ‘미녀삼총사’의 솔직한 ‘수다 퍼레이드’였다.프로배구 ‘미녀군단’ 흥국생명의 공격수 한송이(24·레프트)·황연주(22·라이트)·김연경(20·레프트). 배구 실력뿐만 아니라 미모까지 출중한 특급스타인 이들이 한껏 멋을 내고 한자리에 모였다.지난 16일 경기 용인 흥국생명 연수원에서2008~2009 V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미녀삼총사’를 만났다.
#너는 내 운명
한송이·황연주·김연경은 동문으로, 배구 명문인 한일전산여고 선·후배 사이다.
맏언니 한송이와 둘째 황연주는 고교시절 호흡을 맞췄고, 막내 김연경은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최고의 스타를 꿈꿨다.
“많이들 변했어요. 연주는 고등학교 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죠. 연경이는 처음 봤을 땐 키가 엄청 작았는데 저러게 많이 컸네요.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연경이가 그 때나 지금이나 까분다는 것이죠”라는 한송이 말에 김연경도 한마디 거들었다.
“다들 용됐죠. 특히 송이언니가 용중의 용이죠. 나중에 시간되면 송이 언니의 중학교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세요.”
한송이의 이적으로 다시 한솥밥을 먹게된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인 듯했다.
#미녀들의 수모
흥국생명은 전통적으로 미녀군단이었다. 이제는 코트를 떠난 진혜지와 이영주는 ‘미녀군단’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뒤를 이어 많은 미녀스타가 그 전통을 이었다.
하지만 요즘 ‘미녀군단’은 수모를 당하고 있다. 흥국생명 앞에 미녀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사만 뜨면 바로 반응이 온다.
“영주·혜지 언니 있을 때와 비교하면 물론 미녀가 많이 없죠. 팬의 댓글 중 ‘한번이라도 미녀를 보고싶다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충격이었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한송이)
“역시 성적이 중요해요. 우리팀 멤버의 외모가 괜찮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바로 태클이 들어오죠. 올해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다시 미녀라는 칭찬을 들을 거에요.” (황연주)
#친구같은 선·후배
프로에서 다시 만날 줄 알았느냐고 묻자 황연주는 “정말 한솥밥을 먹기 싫었는데…”라고 농담하지만 전혀 싫지 않은 눈치다.
2년 터울의 선후배지만 이들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막내인 김연경은 선배 한송이와 황연주을 부를 때 서슴없이 별명을 부른다. 김연경이 부르는 한송이의 별명은 ‘쏭알이’이고, 황연주는 ‘찡찡이’다.
한송이는 “후배들이 별명을 부르는 데 거부감은 없다”며 “기분이 정말 나쁠 때는 혼내주면 된다”고 웃었다.
서로의 칭찬과 흉을 봐달라고 하자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됐다.
“칭찬이요? 흉이 훨씬 많은데…. 둘은 운동을 너무 좋아해요.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는데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연경이가 간혹 너무 오버할 때가 있는데 제발 분위기 좀 파악했으면 해요.”(한송이)
“송이 언니는 욱하는 성격이예요. 그리고 힘이 얼마나 좋은지 살짝만 건드려도 아파 죽겠어요. 장점을 꼽으라면 생일을 잘 챙겨주는 것이라고 할까요.”(김연경)
“8월13일이 제 생일이었는데 송이 언니가 시계를 사줬어요.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시계를 받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선물했죠. 송이언니 생일 때는 같이 가서 화장품을 선물했죠.”(황연주)
#우리는 라이벌
잘나가던 ‘미녀삼총사’는 지난해 약속이라도 한듯 수술받았다. 한송이는 발목, 황연주와 김연경은 무릎을 수술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힘든 재활 과정을 이겨냈지만 재활 훈련에서도 서로 경쟁했다.
“함께 재활해서 도움이 됐죠. 근데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연경이와 연주는 순조롭게 재활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구요. 동생들 보면서 이를 악물고 재활했어요.”(한송이)
셋중에서 제가 가장 먼저 볼을 만지며 잘나갔는데 최근 또 발목을 다쳤어요. 정규 시즌 개막전은 문제 없을 것 같아요. 빨리 코트로 복귀해 언니들과 멋지게 경쟁할 겁니다.”(김연경)
셋은 성격도 비슷하다. 특히 자존심이 강해 한번 맞다고 생각하면 서로 양보가 없다.
“셀수도 없이 싸웠어요. 연습하다가 서브 리시브 로테이션을 놓고도 싸웠어요. 계속 말싸움하다가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했죠.”(황연주)
자동차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오너 경쟁’은 막내 김연경이 지난 5월 SUV를 뽑으며 선수쳤다.
“연경이가 차를 얼마나 아끼는지 아세요. 밤에 체육관에 올 때 벌레가 붙을까봐 헤드라이트를 끄고 올라온다니까요. 정말 가관이에요.”(한송이)
그래도 부러운지 한송이와 황연주도 올시즌을 마치면 바로 승용차를 구입할 계획이다.
#지우고 싶은 아픈 상처
지난 시즌후 이들에게 안티팬이 부쩍 늘었다. 수술받고 국가대표에서 빠진 데 대한 비판이다.
한송이는 “대표팀 때문에 안티팬이 많아졌어요. 저는 시즌 중반부터 수술한다고 해서 욕을 덜 먹었는데 연주는 국가대표 문제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라며 후배를 감싸안았다.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수술로 빠진 황연주는 이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기사의 댓글로 욕하는 것은 참을만한데 제 미니 홈피까지 와서 욕해서 울었어요. 수술받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국가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인데 말이죠.”(황연주)
황연주는 왼쪽 무릎을 수술하러 병원을 찾았지만 오른쪽 무릎 상태가 더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 결국 양 무릎을 다 수술했다.
수술로 대표팀에 빠졌던 김연경도 “솔직히 국내대회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 힘들었다”며 “국제대회가 있을 때 운영의 묘를 살려줬으면 좋겠다”며 시스템의 변화를 바랬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오는 22일 KT&G와 V리그 개막전을 앞둔 이들의 목표는 확실했다.
한송이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흥국생명으로 옮겼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이 크다. 나를 데려오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개인 성적보다 우승이다. 연주와 연경이가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후배들도 선배를 믿고 따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이 언니 도와서 열심해 해야죠. 욕심을 버리고 언니들과 함께 즐기면서 운동을 하고 싶어요. 좋은 성적이 나올 겁니다”(김연경)
“우리 실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거예요. 그리고 내년에는 수술안하고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황연주)
노우래기자 sport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