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같은 외모 때문에 여고생 팬이 더 많아요 | 2005/12/26
만나 봅시다 프로배구 샛별 김연경
흰 눈발이 시야를 어지럽힌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의 흥국생명 여자배구단 숙소. 진정한 ‘겨울여왕’과의 만남을 시기라도 하듯, 두텁게 흙을 뒤덮은 눈 세상은 발걸음마저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김연경(17). 생일이 빨라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간 탓에 우리 나이로는 ‘낭랑 18세’이니 그야말로 ‘젊은 여왕’이다.
치마라곤 교복뿐인 ‘낭랑 18세’
요즘 코트를 펄펄 휘젓고 다니는 기분이 어떨까? “좋아요. 하지만 아직 모자란 것도 많아요.”
김연경은 26일 현재, 세터를 뺀 12개 기록 분야 중 무려 6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공격을 비롯해 오픈·후위·이동·서브공격에다 다득점까지, 혼자서 독무대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스스로는 수비와 가로막기가 약점이라고 말한다.
김연경은 누구
1m88의 큰 키를 활용한 타점높은 공격이 주특기. 원래 큰 키는 아니었다. 그래서 안산서초등학교 시절에는 세터를 맡았다. 원곡중 2학년 때는 라이트를, 3학년 올라가서야 현재 위치인 레프트를 맡게 됐다. 중학교 시절만 해도 다른 선수보다 작은 키에 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재학중인 한일전산여고 1학년 때 1m75였으나, 2년새 13㎝가 훌쩍 커 모든 고민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키는 자라고 있다.
코트 위에서 그에게는 선머슴같은 이미지가 있다. 팀 1년 선배 황연주의 여성스런 매력과는 대별된다. 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싸이월드’ 홈피 방문자나, ‘다음카페’의 팬클럽 회원도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아무래도 제가 좀 ‘보이시’(소년같은)하다보니까요…. 팀 언니들도 저보고 여고생들이 더 좋아한다고 놀려요. 하하하~.”
그래서일까. 김연경은 여태껏 치마를 사거나 입어본 적이 없다. 유일한 치마는 ‘비자발적’으로 산 한일전산여고 교복뿐이다. 그러면서도 “저도 알고보면 은근히 말 많고 애교도 잘 떨어요”라며 ‘소년 이미지’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한다.
술술 얘기를 잘 하던 그가 두가지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하나는 학업, 또 하나는 배구판 관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만 하느라 공부를 등한히 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때가 좀 늦은 것 같은데, 병행을 했으면….”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모양이다.
“썰렁한 관중석 보면 힘빠져요”
기대에 못 미치는 관중수도 그렇다. “관중석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서는 경기하기 싫어요. 팀 언니들도 그런 얘기를 하다 저를 보고는 ‘네가 (여자배구판을) 이끌어야 한다’고 해요. 그러면 전 그냥 웃죠.”
김연경은 얼마전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김민지(20·GS칼텍스)가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엔 내 적수가 없다”고 하자 “나도 적수가 없다”며 맞장을 뜬 바 있다. “민지 언니가 먼저 얘기를 꺼내서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죠.” 당찬 새내기다. 장차 해외무대 진출이 그의 목표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이탈리아가 괜찮을 듯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은 배우 조인성. ”키도 크고 멋있는데다 옷도 잘 입잖아요.” 남자친구? 없다. 그리고 당분간 사귈 마음도 없단다.
한겨레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