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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프로배구 해외진출1호 김연경 “실력+끼+우승복…日낼겁니다” | 2009/06/01

 

김연경(21·흥국생명)은 2007년 2월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여자부 퇴장 ‘1호’. 스스로도 “이런 부분 때문에 때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는 것이 사실이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김연경이 ‘한국에서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실력에 ‘끼’까지 겸비한 한국 여자배구 최고 스타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전 일본 JT마베라스에 입단하며 여자 프로배구 출범 후 해외 진출 선수 ‘1호’가 됐다.

 

○막연했던 꿈, 절반의 성공

 

김연경이 막연하게 ‘해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느낀 건 한일전산여고 3학년 시절이었다. 이후 프로에 입단하고 본격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에 나가면서 그 꿈은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체화 됐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꿈의 ‘절반 이상’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물론 일본에 가서는 배울 게 별로 없다며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다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씀이라는 것도 잘 알죠. 하지만 입단이 확정된 마당에 전혀 미련은 없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도 해외진출의 기회를 준 구단에도 정말 고맙고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훈련량이 결코 적지 않아 쉽지 않을 겁니다. 또 거기에서는 용병이라 공격 비중도 훨씬 늘어날 텐데 잘 해야죠.”

 

9월 출국을 앞둔 김연경은 요즘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씩 재활훈련을 하며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밤에는 개인적으로 볼을 만지며 감각 유지에도 힘쓴다.

 

“최초라는 말에 많은 무게감을 느끼죠. 제가 잘 해야 후배들에게도 길을 터 줄 수 있으니까요.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오랜 꿈인 이탈리아 진출의 기회도 올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우승 복’ 일본도 문제없어

 

김연경은 ‘우승 복’이 많다. 배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부터 중·고교를 거쳐 프로에 입단해서도 그녀가 속한 팀은 늘 정상권에 있었다. 우승 횟수는 제대로 헤아려 본 적도 없거니와 “팀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게 익숙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김연경이 입단하기 전 해에 5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신인 때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4시즌 동안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신흥 강호로 발돋움했다.

 

김연경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선다. JT마베라스는 작년 일본 여자배구 10개 팀 중 9위에 그쳤다. 공격력이 특히 허약해 새로 영입한 김연경에게 거는 기대가 상상 이상이다.

 

“마베라스가 그렇게 못 하는 팀이 아닌데. 일본은 팀 수준이 평준화 돼 있어요. 제가 운이 좀 좋아서 가는 팀마다 상위권이었거든요. 이번에도 그 운을 좀 믿어 볼래요.”

 

몸담는 팀마다 정상권에 속했던 것은 그녀 주변에 훌륭한 감독과 실력 있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일 터. 그건 ‘운’이 아니라 ‘복’일 것이다. 김연경의 ‘복’이 일본에서도 통할까.

 

 

○벤치신세였던 초중 시절

 

김연경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키가 작아(4학년 때 148cm) 주로 세터를 보던 안산서초 때부터, 초등학교 때보다 10cm 이상 자랐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작은 키에 세터, 레프트, 라이트 등 센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던 원곡중 시절까지. 그녀는 항상 벤치멤버였다.

 

김연경이 두각을 나타낸 건 한일전산여고에 진학하면서부터. 1학년 때부터 자란 키가 고 3땐 186cm로 훌쩍 커져 있었고, 어느새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전 키가 그렇게 크는 지도 몰랐어요. 나보다 컸던 애들이 눈 아래에 있는 걸 보고 크긴 컸구나 하고 느꼈죠. 부모님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외할아버지 키가 190cm, 친할아버지가 180cm가 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손과 발이 커서 나중에 키가 클 거란 말은 들어왔지만….”

 

키 크는 약은? “보약이야 늘 먹어왔죠.” 뱀이나 개구리 같은 보양식은? “어휴,못 먹어요. 입에도 대 본 적 없어요.”

 

○까불까불, 털털한 스타플레이어

 

김연경의 가장 큰 장점은 폭발적인 공격력 외에 안정된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 잘 알려진 것처럼 그녀의 기본기는 센터 빼고는 모든 포지션에서 두루 활약했던 초·중·고 시절 닦아졌다.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

 

김연경은 훈련 중 공격을 한 번 해도 상대 수비의 위치를 머릿속에서 수시로 바꿔가며 스파이크를 때린다. 매일 반복되는 연습에 습관적으로 때리고 돌아오는 패턴에 젖기 쉬운데 1분을 해도 실전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는다. 최근 이를 후배들에게 말해주니 상당수가 놀랐다고 하니 ‘제 2의 김연경’을 꿈꾸는 이들은 눈여겨볼 만 하다.

 

스타플레이어는 고독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최고 스타라면 더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의 김연경을 가능케 한 것으로 ‘성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어디에서나 항상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했다. 줄곧 ‘땜질용’ 신세였던 초중시절 때부터 팀 전력의 핵심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끊임없이 까불거리는 성격이 아니었으면 초중 때는 제가 있는지도 사람들이 몰랐을 걸요. 그냥 털털하고, 까불대고 늘 그래요. 스트레스요? 물론 받을 때도 있죠. 그냥, 음악 듣고 친구들 만나고 이야기 하다보면 풀리더라고요.”

 

 

스포츠동아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