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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구도 ‘연경 바람’… 6위팀을 조 선두로 이끈 김연경 | 2017/11/22

서브·득점 부문서 공동 선두 질주

초반 맹활약에 MVP 후보로 거론

올림픽 金 위해 연봉 감소도 감수

 

“그녀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처럼 득점하고, 리베로처럼 리시브하며 미들 블로커(센터)처럼 블로킹한다. 또 기계 같은 서브를 넣는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팀원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녀가 축구 선수라면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배구 감독 지오반니 구이데티가 극찬한 ‘그녀’는 김연경 (29·192㎝)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2011년 6월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했다. 그곳에서 여섯 시즌을 보내며 터키리그 우승(2015·2017년), 터키컵 우승(2017),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2014), CEV 챔피언스리그 우승(2012) 등을 이끌었다.

 

2016-2017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김연경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 둥지를 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윙 스파이커(레프트)인 김연경은 몰락한 명가 상하이를 B조 선두에 올려놓으며 중국 리그의 판도를 단숨에 바꾸어 버렸다.

 

상하이는 1996-1997 시즌부터 2000-2001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우승한 명문구단이다. 2000-2001 시즌을 끝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상하이는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김연경을 영입했다. 상하이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현역 중국 국가대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하이는 이번 시즌 개막 전 약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김연경 효과’로 B조 1라운드에서 6전 전승(1위)을 거두며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김연경은 21일 현재 6경기에서 120득점을 올려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서브 득점(14점)에서도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독보적인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 김연경은 벌써부터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JT 마블러스(일본), 페네르바체 시절 모두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경력이 있다.

 

조별리그 전반기 이후 1주일간의 휴식기를 맞아 어깨 통증을 치료하고 있는 김연경은 오는 25일 저장과의 홈경기에 출장할 예정이다.

 

중국 여자배구리그는 총 14개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A조(랴오닝, 장쑤, 선전, 광동, 푸젠, 하이난, 쓰촨)와 B조(상하이, 저장, 톈진, 베이징, 산둥, 허베이, 운남)로 나누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후 상위 4개 팀씩 총 8개 팀이 더블라운드로 팀당 14경기를 치른다. 이렇게 1∼8위를 정해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맞붙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거쳐 챔피언을 가린다.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에서 120만 유로(약 15억5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연경은 연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상하이로 이적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김연경은 2012 런던올림픽을 4위로 마친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8강에 그쳤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김연경은 대표팀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중국 리그를 택했다.

 

김연경은 최근 자신의 배구 인생을 담은 책을 펴냈다. 그는 책 제목을 ‘아직 끝이 아니다’라고 지은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게 도쿄올림픽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고, 아직 나는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이뤄야 할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꿈을 향해 달려간다.”

 

 

국민일보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