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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키즈' 김연경과 한솥밥 | 2018/05/10

지난달 소집된 女배구 대표팀에 여고생 박은진·나현수 선발

"연경 언니는 우리들에게 神… 2020년 도쿄올림픽때 같이 뛰고파"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기들, 꿀 많이 빨고 왔어?"

 

여자 배구 대표팀 훈련이 한창인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대표팀 막내 박은진(19·진주선명여고 센터)과 나현수(19·대전용산고 라이트)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선수촌 코트로 들어서자 선배들이 장난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고3인 둘은 대표팀 훈련 기간에는 선수촌 근처인 진천고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데, 선배들이 오전 훈련에 빠진 막내들을 부러워하며 놀리는 말이었다.

 

짓궂은 농담도 잠시 오후 훈련에 돌입하자 선배들은 어린 두 후배에게 칭찬과 격려로 힘을 북돋아줬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30·상하이)은 후배들이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잘했다"며 칭찬했고, 실수가 나올 때는 "괜찮다"고 격려했다. 나현수에게는 "공격과 블로킹은 금방 늘 수 있으니 수비 연습을 더 많이 하라"는 맞춤 조언도 했다.

 

 

오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리는 2018국제배구연맹(FIVB) 네이션스리그 출전을 앞두고 지난달 15일 소집된 여자 배구 대표팀엔 이례적으로 여고생 2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김연경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배구 선수의 꿈을 키운 '김연경 키즈'다.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박은진은 "2012 런던올림픽 때 팀은 4위를 했는데 MVP는 연경 언니가 차지할 만큼 실력이 세계 최고였다. 2016 리우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코트를 호령하는 여장부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실업팀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가 힘들다고 반대하셨다"며 "중학교 때 연경 언니를 보고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 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첫 외박을 받아 학교(대전용산고) 배구부를 찾은 나현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한참이나 질문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 배구부에서 연경 언니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연경 언니의 실력이나 성격, 외모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봐 일일이 답해주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아직도 연경 언니랑 같이 있으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게 된다"고 했다.

 

차해원(57) 대표팀 감독은 "지금 고교 2~3학년 중엔 프로 선배를 위협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유망주가 많다"고 했다.

 

박은진과 나현수 외에도 프로급 실력파로 손꼽히는 라이트 정호영(17·선명여고 2), 센터 이주아(18·원곡고 3), 레프트 박혜민(18·선명여고 3) 등이 대표적인 '김연경 키즈'다. 이들은 6월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에 출전할 청소년 대표팀에 소속돼 있다. 또래보다 배구를 늦게 시작한 박은진과 나현수는 기본기를 쌓기 위해 중학교를 1년 유급해 같은 3학년인 이주아·박혜민보다 한 살 더 많다.

 

박은진과 나현수가 당장 대표팀 주전으로 뛰긴 이르지만, 이번 국제대회 역할은 막중하다. 지난해 여자 배구 대표팀은 주전 선수 6~7명이 국제대회(그랑프리) 11경기를 모두 소화한 탓에 '선수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차해원 감독은 네이션스리그 일정 중 중국·한국·태국에서 열리는 1·2·4주차 경기는 김연경·양효진(29·현대건설) 등 베스트 멤버, 네덜란드·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3·5주차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게 한다는 계획이다. 박은진과 나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언니들 짐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연경 언니와 한 코트에 서겠다는 꿈도 이루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