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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참은 김연경 "메달 따면 울겠다" | 2012/08/10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스타의 입지를 굳힌 김연경(24·페네르바체)이 미국전 패배에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3·4위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런던 얼스 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에서 미국에 0-3(20-25 22-25 22-25)으로 패했다.

 

 

세계랭킹 15위 한국은 1위 미국을 맞아 매 세트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고비마다 나온 범실성 플레이와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포' 김연경은 "너무 아쉽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 우리도 잘 했지만 경기가 잘 안 풀렸다. 미국이 워낙 강한 팀이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김연경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김연경은 이날 집중 견제를 뚫고 20점을 책임졌다. 수 차례 어려운 토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장면에서는 관중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공격만 강한 반쪽짜리 선수가 아닌 것을 증명하려는 듯 몸을 날리는 디그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김연경은 "미국의 조직력이 좋았다. 데스티니 뿐 아니라 센터와 라이트도 잘 했다. 데스티니를 막으면 다른 포지션에서 뚫렸다.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참았다. 메달을 따면 울겠다"며 3·4위전에 대한 각오를 피력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의 동메달 영광 재현에 나서는 한국은 11일 오후 7시30분 브라질-일본전 패자와 3·4위전을 치른다. 전력상 '숙적'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은 일본과의 대결을 반겼다. 김연경은 JT마블러스에서 2년 간 몸 담은 바 있어 누구보다 일본 배구를 잘 안다.

 

김연경은 "일본은 8강전부터 기다렸던 팀이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일본은 리시브와 수비, 여기에 반격이 좋다. 그런 면에서 인정하는 팀"이라면서도 "블로킹이 높은 팀에는 약하다. 우리 팀은 신장이 좋고 블로킹이 높아서 좀 더 유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연일 혈투를 벌이고 있는 한국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대부분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김연경의 피로도는 훨씬 더 하다. 하지만 동메달 문턱에서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힘들고 아픈 부분도 있지만 핑계를 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김연경은 "메달은 그 전부터 원했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꼭 메달을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김형실 감독은 "아마도 일본을 만날 것 같은데 자존심 대결이다. 반드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권혁진 기자 hjk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