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터뷰

김연경이 말한 새로운 도전, 그리고 태극마크의 '책임감' | 2017/06/22

 

"글쎄요? 언제 처음 뽑혔더라?"

 

여자 배구대표팀의 김연경(29·상하이)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시기를 묻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연경은 "아마 도하 아시안게임(2006) 전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시간 정말 많이 지났다"며 웃었다.

 

김연경은 매년 이맘때면 대표팀 소집에 임한다. 그는 "항상 여름에 선수촌에 들어왔기 때문에 익숙하다"면서도 "나이를 먹으니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때마침 홍성진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김연경 앞을 지나가니 "감독님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어요"라고 투정부렸고, 홍 감독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김연경은 국가대표로 쉼 없이 많은 대회를 나갔다. 2012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해 동메달 획득이 무산됐던 아픔도 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처음으로 국제무대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도 누렸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선 8강에서 네덜란드에 패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라커룸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연경은 입버릇처럼 "올림픽 메달 하나만 남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만큼 이룰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달성한 김연경은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에 오르길 그 누구보다 간절히 꿈꾸고 있다.

 

최근 '국가대표'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배구뿐만 아니라 일부 프로 선수들이 부상이나 수술 등을 핑계로 대표팀 소집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 다반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이지만 리그나 소속팀에 전념하기 위해 꼼수를 부릴 때도 있다. '대표팀에 가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점점 태극마크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항상 솔선수범하는 김연경의 책임감 넘치는 태도는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김연경은 "대표팀에 들어오는 게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믿고 뽑아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덧 30대가 됐다.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투정 부린 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면 '내가 예전에 저렇게 열심히 했었나'라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신발 끈을 동여맸다.

 

김연경을 향한 동료들의 믿음과 신뢰도 절대적이다. 홍성진 감독은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연경이가 훈련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효진(현대건설)은 "(김)연경 언니는 항상 보고 배우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로 불리며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에서 2011년부터 뛰었던 김연경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중국의 상하이 구오후아 구단과 1년 계약에 도장을 맺었다.

 

 

김연경은 "터키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만 일정이 빡빡해 힘들었다"면서 "끝까지 고민했는데 중국 쪽에서 데드라인이 지났음에도 기다려줬다. 또 페네르바체 현지서 임금체불 등 문제도 있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꺼렸지만 실제로 유럽 리그에서 임금체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무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유럽에선 임금이 제때 안 들어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처럼 이렇게 꼬박꼬박 급여가 들어오는 나라는 드물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을 향한 도전 의식이 그를 중국으로 향하게 했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뤘다.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MVP, 리그, 컵대회 등 각종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연경은 "처음 일본을 떠나 터키로 향할 때도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어딜 가도 잘 적응할 자신이 있다"고 웃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를 떠나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중국으로 향한다는 우려의 시선에도 김연경은 쿨한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에 있던 마르셀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탈리아 팀(VB 포미 카살마지오레)으로 갔다. 중국 리그 끝나면 부를 테니 몸 만들고 있다가 합류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터키 페네르바체의 경우 10월부터 5월초까지 리그, 컵대회,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이 계속됐지만 중국의 경우 10월 말부터 이르면 1월이면 리그가 끝난다.

 

김연경은 "어차피 1년 계약을 맺었다. 중국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다음 행선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상하이가 대도시이기 때문에 생활적인 면이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좋을 것 같다. 설렌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마지막으로 취재진에게 "나보다 다른 어린 선수들 인터뷰를 많이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많다. 당연히 내 응원도 해주고,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같이 응원해 달라"고 웃었다.

 

 

NEWS1 이재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