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배구에 관하여

[그래픽으로 보는 배구] 세터의 모든 것

 

세터는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다. 세터의 손끝에서 승패가 갈릴 정도로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배구를 흔히 '세터 놀음'이라고 하는 이유다. 프로 사령탑만 해도 그렇다. 국내 사령탑 중 현역 시절 세터 출신은 삼성화재 신치용, 현대캐피탈 김호철, 대한항공 신영철(이상 남자부), 현대건설 황현주, GS칼텍스 이성희(이상 여자부) 등 모두 5명. 세터 출신 사령탑이 지도자로서 주가를 높이는 이유는 포지션의 특성상 경기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경기의 흐름과 맥을 짚어내는 예리한 눈은 세터 출신 사령탑이 내세울 수 있는 값진 무기다. 팀을 이끄는 리더인 세터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왜 세터는 라이트에 위치할까?  

 

세터가 라이트에 서는 이유<그림1>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과 6인제 배구 초창기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많다. 따라서 토스가 공격수에게 도달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세터가 코트 오른쪽에 위치하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 또한 배구의 역사도 세터의 위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배구의 주공격수는 레프트. 레프트에게 쉽게 토스해주기 위해선 세터가 라이트에 위치하는 게 훨씬 편했다. 세터의 정 위치가 라이트로 정해지면서 세터는 왼손잡이가 많이 나왔다. 서브 리시브를 넘겨받은 세터가 토스하지 않고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2단 공격에서 왼손잡이가 한결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세터로 명성을 떨친 김호철 감독이나 신영철 감독대행을 비롯해 현재 LIG손해보험 황동일, KT&G의 김사니 등이 모두 왼손잡이 세터다.  

 

◇토스의 간격  

 

세터 본연의 임무는 공격수의 입맛에 맞는 토스다. 토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높이와 거리, 그리고 간격이다. 높이와 거리는 공격수의 특성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네트와 볼 사이의 간격은 대체적으로 100~120㎝ 사이가 좋다<그림2>. 토스가 네트에 너무 붙으면 공격수가 스파이크할 때 다양한 각이 생기지 않아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또한 토스가 네트에 바짝 붙게 되면 상대 블로커의 손이 네트를 타고 넘어와 공격에 상당한 방해를 받게 된다.  

 

◇토스의 구질

 

토스의 구질도 중요하다. 가장 까다로운 토스는 공격수가 스파이크할 시점에서 볼이 죽는 경우다. 볼이 죽게 되면 공격수가 타점을 잡기 힘들다. 볼이 죽지 않고 '쭉쭉'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야 좋은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그림3>. 세터의 토스에서 볼이 죽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체 힘이 떨어져 토스를 손으로만 하거나 자신감의 결여로 머릿속에서 볼배급에 대해 우왕좌왕할 때 볼이 죽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토스 스피드도 눈에 띄게 떨어져 상대 블로커가 손쉽게 따라붙어 공격 성공률도 떨어지게 된다.  

 

◇토스워크의 세가지 요소  

 

토스워크의 3대 요소는 정확성, 다양성,그리고 스피드다. 공격수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려 주는 게 바로 정확성이다. 국내에서 정확성이라면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성은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능력이다.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통해 블로커를 유인한 뒤 빈 자리를 공격 타깃으로 삼아 볼을 배급하는 능력이다. 스피드는 시간과 싸움이다. 블로커가 예상했지만 따라붙지 못할 정도로 빠르면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가 있다. 우리캐피탈의 외국인 세터 블라도의 토스워크를 떠올리면 된다.  

 

◇감독의 분신이자 코트의 야전사령관  

 

세터는 서브 전 팀원을 향해 손가락 사인을 내린다. 어떤 패턴의 공격을 시도할지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긴박한 상황에선 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경기의 흐름을 읽어 가장 적절한 플레이를 세터가 결정한다. 세터를 코트의 야전사령관으로 부르는 까닭이다. 대략 세터가 사인으로 내는 작전은 10여가지에 이르며 이는 모두 수신호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A퀵을 시도하겠다는 사인은 'A'를 뜻하는 엄지손가락을 한번 올리고 '퀵'을 의미하는 흔드는 동작을 취하는 식이다. 수신호가 상대에게 노출되면 패를 보여주는 꼴이기에 사인은 엉덩이 뒤에서 철저히 숨겨서 전달한다.

 

 

고진현기자 jhkoh@

 

 

[그래픽으로 보는 배구] 세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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