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터뷰

월드클래스 배구 여제 김연경, 그녀의 시계는 오후 1시 | 2016/06/14

[인터뷰] "도쿄 올림픽까지 뛰고 싶다"는 김연경과 리우 올림픽을 전망하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한국 여자배구 선수가 있다. 바로 김연경(29·192cm·페네르바체)이다.

 

김연경에 대해서 말할 때 늘 따라붙는 단어들이 있다. 배구 여제, 메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 모두 세계 최고의 다른 표현이다.

 

좀 더 정확히 비유하자면 '메피'(메시+피케)다. 축구로 치자면 김연경은 세계 최정상급의 공격력(메시)과 수비력(피케)을 동시에 갖춘 선수다. 공격력과 파워만 본다면, 김연경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선수는 세계적으로 몇몇이 있다. 그러나 김연경처럼 공격력과 함께 수비력·강서브까지 완벽하게 갖춘 선수는 찾아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김연경의 연봉은 여자배구 선수 중에 세계 최고를 다툰다.

 

지난 2005년 10월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만으로도 김연경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배구사에 기억될 '살아있는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국내 V리그와 일본을 거쳐 유럽 무대까지 평정했다.

 

여자배구의 세계 최고봉인 터키리그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에 선정됐다. 더불어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MVP까지 거머쥐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을 36년 만에 4강에 올려 놓았다. 아쉽게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득점왕에 오르는 등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김연경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배구연맹으로부터 대회 MVP로 선정됐다. 올림픽 MVP는 한국 여자배구 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로써 김연경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았다.

 

이제 '개인 김연경'은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 배구가 개인 종목이었다면 이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리우 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중요한 대회마다 득점왕이나 공격상은 늘 김연경의 몫이다. 과연 백 년 안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김연경 시대'를 살고 있다.

 

마지막 남은 목표, '올림픽 메달'을 향하여

 

하지만 김연경에게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 하나 남아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리우 올림픽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김연경에게도 배구팬들에게도. 어쩌면 '전성기의 김연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화려한 플레이에 국민들도 많은 탄성을 쏟아냈다. 덩달아 올림픽 본선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는 한국 구기 종목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남자 축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리우 올림픽 첫 경기도 숙명의 한·일전이다. 놓치면 후회할 종목으로 이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

 

이제 리우 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장이자 기둥인 김연경은 리우 올림픽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또 리우 올림픽 이후에는 어떤 인생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고, 현재 소속 팀인 페네르바체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0일 진천 선수촌을 찾아 김연경 선수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강스파이크처럼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아래는 김연경 선수와 일문일답이다.

 

 

"양효진, 김희진 많이 성장했다"

 

- 이번 세계 예선전 이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런던 올림픽 때보다 훨씬 높아진 것 같다.

"솔직히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대감이 큰 만큼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부담감이 어떤 면에선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

 

-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아직까지는 싸우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웃음) 제가 언니들하고 친하니까 장난을 많이 치는데 분위기는 괜찮은 것 같다."

 

- 런던 올림픽 때 대표팀의 전력과 현 대표팀을 비교해 본다면?

"런던 때는 베테랑 언니들이 많아서 노련한 경기 운영이 좋았다면, 이번 리우 대표팀은 체력과 파워, 그리고 과감한 면에서 조금 더 낫다고 본다.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 대표팀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어딘가.

"저희가 잘하는 부분인 서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또 서브 리시브에 더 집중해야 한다. 공격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김희진의 백어택을 활용해야 한다. 또 다른 선수이 이동하면서 공격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대표팀의 신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작은 편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블로킹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

 

- 예전에는 김연경 원맨팀이란 지적이 많았지만, 이번 세계 예선전에는 다른 선수들도 많이 성장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양효진과 김희진이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세계 예선전에서 (이)효희 언니의 볼 배급도 좋았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는 저한테 (토스가) 올라오긴 했지만,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했기 때문에 득점으로 연결이 잘됐다. 효희 언니가 잘 버텨줬기 때문에 공격이 분산돼 효과가 있었다. 효희 언니하고는 대표팀에서도 많이 맞춰 봤고, 예전에 흥국생명에서도 맞춰 봤다. 호흡이 잘 맞는다."

 

- 올림픽 등 중요한 국제대회 때마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이번에는 어떤가.

"대한배구협회가 4년 전에 비해서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협회뿐만 아니라 KOVO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 편안한 환경에서 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부분이 이번 세계 예선전에서 선수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힘이 됐다."

 

- 국제대회 나갈 때마다 김연경 선수는 양효진 선수하고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다. 지금도 양효진 선수를 그렇게 부려먹나요?

"아, 뭘 부려먹어요.(웃음) 언론에는 청소를 양효진 선수가 다 한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저와 양효진은 각자 할 일은 각자가 한다. 양효진 선수도 이제 고참이기 때문에 저와 같은 방을 쓰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언니들도 '양효진을 이젠 좀 놔주라'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쓰다 보니까 서로가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제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계속 효진이랑 같은 방을 쓰고 싶다."

 

- 리우 올림픽 본선 전망을 해보자. 우리 조(A조)에도 브라질, 러시아 등 강팀들이 있다. 최근 2016 월드 그랑프리 대회를 보니까 브라질의 경우 런던 올림픽 때 주전 멤버들이 많이 뛰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페네르바체로 이적해 온 나탈리아(28세·183cm)가 레프트 주전으로 뛰던데.

"나탈리아에게 올 겨울 텃세 좀 부려야죠.(웃음) 나탈리아가 파워도 좋고 잘하는 선수다. 브라질의 전력이 약간 떨어졌다 하더라도 올림픽에서는 홈팀의 이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브라질은 저력이 너무 좋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조별 예선 때는 계속 지다가 결국은 금메달을 땄다. 베이징 올림픽 때도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 러시아는 2년 전인 2014년 월드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이길 때보다 경기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러시아의 현재 배구 스타일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공격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수비도 잘한다. 2m에 가까운 선수들이 수비까지 해버리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힘든 측면이 있다. 주 공격수인 곤차로바(28세·194cm)나 코셀레바(29세·191cm)는 파워가 더 강해진 것 같다. 러시아는 맴버 구성이 전반적으로 괜찮다."

 

- 중국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 아닌가 싶다. 모든 포지션이 다 좋아 보인다.

"그렇다. 중국도 모든 스케줄을 올림픽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 온 것 같다"

 

- 세르비아는 이번 월드 그랑프리 대회에 보스코비치(20세·193cm), 브란키차(26세·190cm) 등 주전을 다 뺐다.

"아마 2라운드부터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브란키차는 지금 세르비아에서 놀고 있다. 월드 그랑프리 대회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쉬게 해주는 것 같다."

 

- 일본은 이번에 상대해 보니까 어떻던가?

"일본은 세대 교체를 해서 나이가 어려졌기 때문에 조금 흔들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일본 특유의 끈질긴 면을 가지고 있다. 결코 긴장을 늦추어선 안된다. 무시할 수 없는 팀이기 때문에 저희가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아서 잘해야 한다. 더군다나 리우 올림픽 첫 상대가 일본이니까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될 것 같다."

 

- 리우 올림픽 본선은 우리 조에 아르헨티나와 카메룬이 있어서인지 8강까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8강전이다. B조가 죽음의 조이기 때문에 거기서 누가 올라와도 힘겨운 상대가 될 거 같다.

"그래서 우리가 A조 2위, 3위만 하더라도 조금 편할 텐데, 4위로 올라가면 솔직히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 마침표, "랑핑 같은 지도자 되고 싶다"

 

- 현 소속 팀인 페네르바체 얘기를 해보자. 김연경 선수가 올해도 페네르바체와 재계약을 하면서 2011~2012시즌부터 6시즌째 계속 페네르바체에서만 뛰게 됐다. 다른 팀으로 옮겨보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사실 옮기려고도 했다. 다른 리그에서도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터키가 여자배구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에 계속 남았다.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페네르바체에서 한 번 더 터키리그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 올해도 다른 팀에서 김연경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20억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런 제안을 다 뿌리친 이유는 뭔가?

"뿌리쳤다기 보다는 어떤 리그냐가 중요했다. 그곳이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무대인가도 고민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한 끝에 페네르바체에 남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영입 제안을 해온 곳은 터키 리그의 다른 구단을 비롯해서 러시아, 중국, 일본 리그의 구단들이다. 하지만 페네르바체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셔서 재계약을 하게 됐다.

 

- 지금 여자배구에서 김연경 선수가 세계 최고 연봉 선수인가? 설사 김 선수보다 높은 선수가 있다 해도 1~2명에 불과할 것 같다.

"그런 걸로 알고 있다."

 

- 최근에 본인 스스로 '나의 인생 시계는 12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직은 선수로서 한창 때이거나 최정점에 있다는 뜻인가?

"지금은 1시다. 이번 리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이 끝났고, 본선에도 가게 됐기 때문이다."

 

- 일부에서는 은퇴가 가까워 오지 않았느냐는 말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도쿄 올림픽까지는 너끈히 뛸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다른 나라의 나이 많은 선수들도 잘만 뛰던데.

"(도쿄 올림픽에도) 뛰어야죠. 그런데 몸을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예컨대 국가대표팀에서 타이틀 없는 경기까지 다 뛴다고 하면 솔직히 도쿄 올림픽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대회만 뛰면서 관리를 잘하면, 도쿄 올림픽까지는 충분히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제 서서히 선수 생활 이후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는 지도자로서도 성공하는 것일 텐데. 사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지도자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예컨대 중국의 랑핑(57) 감독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도자 쪽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다. 잘 해봐야죠."

 

- 은퇴 직전에 국내에서 마지막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의사를 피력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지?

"국내 팬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게 괜찮은 것 같다. 기량이 너무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국내에 돌아와서 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 최근 배구 관련 예능 프로인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8일 수요일에 찍었다. 잘 나올지는 모르겠다. (웃음)"

 

- 평소 이상형으로 배우 조인성을 말해왔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가?

"지금도 이상형 맞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여자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저희도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오마이뉴스 글:김영국, 사진:박진철, 편집: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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