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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1위' 김연경, 세계 최고 공격수 등극 | 2011/08/22

쿠바, 폴란드, 아르헨티나, 그리고 세계 최강 러시아를 격침시킨 상승세도 '타도 일본'을 현실화시키지 못했다. 유독 한국만 만나면 조직력이 살아나는 일본의 기세는 여전히 막강했다.

 

일본의 집요한 목적타 서브에 흔들린 한국은 지난 20일 열린 월드그랑프리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는 절망보다 희망이 강하다.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23, 터키 페네르체바)이 버티고 있는 한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연경은 예선리그가 모두 끝난 현재(22일 기준) 194득점을 올렸다. 2m가 넘는 세계적인 공격수인 예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 162득점)를 제치고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

 

무려 200점 가까이 득점을 올리면서 공격성공률도 43.69%를 기록했다. 공격 부분 3위에 오른 김연경은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에 등극했다.

 

김연경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디그 부분에서도 12위에 올라 이 부분 5위에 오른 남지연(28, GS칼텍스)에 이어 가장 좋은 수비력을 보였다.

 

이번 월드 그랑프리는 김연경에게 매우 힘겨운 일정이었다. 김연경을 받쳐줄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연경에 이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는 양효진(22, 현대건설)이었다.

 

양효진은 김연경과 함께 한국대표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태릉에서 훈련도중 다친 발목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라이트에서 기습적인 공격을 시도하던 2010-2011 V리그 MVP인 황연주(25, 현대건설)도 부상을 안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매 경기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진 김연경은 일본에서 열린 3주차 경기에서 매우 지쳐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그랑프리 4연승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표팀은 매우 어려운 가운데 소집됐다. 소집된 대부분의 선수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또한, 일부 선수들은 같은 기간에 열린 코보컵 출전 때문에 구단 차출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비교해 일본의 주전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출전했다. 일본여자배구의 장점은 부상 선수가 생기면 그 구멍을 대신할 대체 선수가 풍부하다. 특정 선수가 부상이 생기면 회복될 때까지 섣불리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선수가 아파도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에서 모두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얇은 선수층은 정상적인 대표팀 구성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비록,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5승을 올리며 분전했다. 근래 출전한 그랑프리 대회 중, 가장 선전한 셈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김연경의 존재에 있다.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한 만큼, 전체적인 시스템도 이와 걸맞게 발전돼야 한다.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