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터뷰

김연경 “박지성의 축구 센터 처럼 배구 센터 건립 꿈” | 2010/08/27

월드스타 김연경(22·흥국생명)이 돌아왔다.

 

작년 4월 일본 JT 마블러스에 임대되며, 국내 여자배구 선수로는 첫 해외 진출에 성공한 김연경은 2009~2010 일본 프로배구 V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배구 역사를 다시 썼다.

 

1년 4개월 만에 2010 수원·IBK 기업은행 컵 프로배구 출전을 위해 국내 무대에 서는 김연경을 26일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났다.

 

막 오후 훈련을 끝마친 김연경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여유롭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반짝였다. 긴 외로움과 치열한 경쟁을 참을성 있는 자기관리와 훈련으로 이겨낸 프로선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다.

 

김연경은 28일 오후 6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수원시청의 조별리그 예선 첫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선보인다.

 

-일본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무엇을 배우고, 느꼈나?

 

"혼자 생활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엔 힘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자기 관리가 더 철저해졌다. 솔직히 한국보다는 일본 여자배구의 수준이 조금 더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량도 늘었다."

 

-일본 무대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이적 결정 이후 나를 선택해준 감독이 바뀌었다. 때문인지 팀에 갔을 때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별히 누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그랬다. 또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잘해도 얼마나 잘 하겠어"라며 한 수 밑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다행히 개막전 경기를 잘 치렀고, 이후 조금씩 나이졌다."

 

-처음부터 상대팀 선수들이 경계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처음엔 그저 새로운 용병이 왔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씩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상대팀 선수들이 내 공격을 막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부담됐지만 기분은 좋았다."

 

-득점왕을 차지했다. 기량 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향상됐나?

 

"정확성이 더 높아졌다. 주포로 활약하다보니 마크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를 뚫어내야 했기 때문에 경기 후 새로운 공격 각도와 루트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공격 루트가 더 다양해졌다."

 

-일본과 국내 배구 환경을 비교한다면?

 

"한국은 일단 팀 숫자가 적다. 일본은 1부, 2부 각 8개팀이 있다. 선수 층도 두텁고, 규정도 달라 한 팀의 선수가 20명이 넘는 곳도 있다. 또 팀이나 리그 운영도 훨씬 더 세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한 게임 한 게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1년, 2년 뒤까지 더 멀리 내다보고 그것에 대비한 계획을 차곡차곡 해나간다."

 

-일본에서 시즌 중 쉬는 날은 어떻게 보냈나?

 

"주말에 시합을 한 후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쉬고 수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팀 훈련을 한다. 훈련이 있는 날도 오후 5시 정도면 연습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 각자 시간을 보낸다. 쉬는 날에는 유일한 친구인 통역 언니와 함께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외로움도 많이 느꼈을 텐데.

 

"사실 많이 외로웠다. 신종 플루에 걸려 호텔방에서 혼자 며칠을 보낸 적도 있다. 용병이라는 그 자체도 부담스러웠다.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지만 원래 내 스타일이 속으로 삭히며 잘 견디는 편이다. 음악과 스카이프 메신저, 싸이월드 등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컵 대회 출전 소감은?

 

"17일 귀국해서 일주일쯤 지났다. 모처럼 국내 무대에 선다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되고 힘들기도 하다. 흥국생명 선수들과 모처럼 호흡을 맞춰보니 기량이 더 향상됐다는 것을 느꼈다."

 

-성적을 어떻게 기대하나?

 

"우승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세터 김사니 선수와 얘기를 많이 한다. 일본에서의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주변의 기대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컵 대회 뒤 일정은?

 

"대회가 끝나면 대표팀에 합류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그리고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가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시안게임과 일본 시즌 일정이 1~2경기 겹치지만 팀에 양해를 얻었다."

 

-일정이 숨 가쁘다. 프로 5년차 여자배구 선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러고 보니 어느새 5년차가 됐다. 프로배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배구 때문에 얻은 것이 더 많다. 뭘 잃었다는 느낌은 없다. 아직은 배구로 이뤄야 할 것들이 더 많다."

 

-프로선수지만 운동만하면서 살 수는 없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운동만 하고 운동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즐긴다. 최근에는 에미넴의 'Love The Way You Lie'를 즐겨듣는다. 나이트클럽을 갈 나이는 지났고, 음악을 좋아해 클럽에 가끔 간다. 강남쪽 클럽보다는 홍대의 클럽 MB를 가장 좋아한다."

 

-23살이면 한창 연애를 하고 싶은 나이다.

 

"스무 살 때 쯤 남자친구를 만나적도 있다. 하지만 연애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시간이 없어서 연애를 못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다."

 

-어떤 남자면 좋겠나?

 

"일단 키가 좀 컸으면 좋겠다. 남자들은 키 큰 여자를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나보다 키가 크기는 힘들겠지만 비슷했으면 좋겠다. 일단 180cm는 넘어야 한다. 나이는 3살 이상은 차이가 안 났으면 좋겠다."

 

-다른 프로선수들과의 교류도 있나?

 

"프로골퍼 최나연 선수와 친하다. 4년전 부상 때문에 재활운동센터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연이와 아버님을 만났다. 아버님께서 날 알아보시고 너희 둘이 동갑내기 친구라고 소개해주셨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골프를 쳐 본적이 있나?

 

"나연이를 따라 연습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연습볼을 몇 번 쳐 봤는데 영 맞지 않았다. 내 스타일의 운동은 아닌 것 같다(웃음)."

 

-최나연 선수도 미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해외에서 프로생활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자주 볼 순 없지만 연락을 자주한다. 프로생활에 대해 서로 조언도 해주고, 말 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배구선수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박지성 선수가 축구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우리나라의 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배구센터를 건립하고 싶다."

 

 

스포츠동아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