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국생명 ‘원더우먼’ 김연경 | 2007/01/15
2006~2007시즌 프로배구 개막을 앞두고 배구팬들은 한가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가 과연 힘과 탄력이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남자 선수들이 아니라 지난시즌 신인왕·MVP를 동시 석권하면서 여자배구계 간판으로 떠오른 김연경(19·흥국생명)을 두고 한 말이었다.
김연경은 지난시즌 공격 7개 부문에서 1위에 등극하며 ‘만년꼴찌’ 흥국생명을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주인공. 1m89의 큰 키에 타점높은 공격, 그리고 힘도 수준급이었다.
물론 몸만 성하다면 이번에 첫선을 보인 용병보다 못할 게 없는 실력. 하지만 지난해 5월 받은 오른 무릎 수술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지난 11월 세계선수권대회와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 대표로 뽑겼지만 그는 부진에 허덕이고 말았다.
‘연경이가 예전 같지 않아. 이대로면 올시즌은 힘들 것 같아. 빨리 회복해야하는데….’
배구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우려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김연경은 예상을 비웃 듯 오뚝이같이 벌떡 일어섰다. 초반 다소 부진했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더했다. 15일 현재 득점(228개)·공격 성공률(44.63%)·C속공 성공률(48.83%)·이동공격 성공률(58.33%) 등 4개 부문 1위. 나는 용병 위에 더높이 나는 토종인 셈이다. 후위공격(48득점)·시간차 공격 성공률(50.74%)·서브득점(세트당 0.323개)에서도 3위로 용병들의 숨통을 바짝 조이고 있다. 김연경이 이같은 초특급 용병급 활약을 뽐내는 것은 강한 훈련에서 비롯됐다.
김연경은 무릎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예전보다 더 많이 근력운동에 매달렸다. 이상화 트레이너는 “선수 본인이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무척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또 파워풀한 용병들과 싸우기 위해서 단백질 위주로 식사량도 늘렸다. 이트레이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라 몸무게가 늘지 않고도 힘은 더욱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직도 무릎 통증은 깨끗하게 가시지 않았다는 점. 따라서 맘껏 점프하지도, 편하게 착지하지도 못한다. 영리한 김연경은 자신의 몸상태에 맞게 스파이크의 색깔을 변경,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빈틈을 향해 손목을 꺾은 채 회초리처럼 때리는 노련한 스파이크의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다. 황현주 흥국생명 감독은 “지난해에는 힘으로 막 때려부쉈는데 요즘엔 스파이크의 강약, 방향을 조절하면서 빈공간으로 밀어넣는 등 테크닉이 부쩍 늘었다”고 자랑했다.
지난주말 도로공사, GS칼텍스 등 2연전은 김연경의 부활을 알린 경기였다. 도로공사에게 이번 시즌 최다 득점(36점)을 빼앗은 김연경은 GS전에서도 32득점이나 올렸다. 팀이 선두(6승2패)를 질주하는 것도 ‘용병 아닌 용병’ 김연경 덕분이다. 그래선지 김연경은 요즘 밝은 표정으로 두려움없는 포부를 밝힌다.
“팀 우승은 기본. MVP 2연패까지도 꼭 이루고 싶어요.”
축구·남녀농구·남자배구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게 있다면 바로 용병의 벽. 하지만 김연경에게 용병은 세계 정상을 향해 놓여진 디딤돌일 뿐이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