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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보다 격려를... 김연경의 호소 "대표팀 성장통, 지켜봐주세요" | 2019/08/26

"새 감독님의 의도대로 선수들이 변화해 가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31)이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라바리니호'에 격려와 응원을 부탁했다. 전초전 격인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에 실패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변화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스테파니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 20회 아시아배구선수권 3·4위전서 중국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첫 우승을 노렸지만 복병 일본에 덜미를 잡혀 아쉬움을 삼켰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 패턴이 단조롭다는 기존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점 이후의 승부처에서 한국은 고전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눈앞에 승부가 달렸고 1점이 귀중한 상황이다 보니 공격 루트가 김연경으로 쏠렸다. 상대가 대비하기 쉬웠다. 김연경의 체력도 한계가 있는 만큼 성공률은 그만큼 떨어졌다. 24일 일본전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앞서가던 세트를 후반부에 따라잡혀 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단기간에 팀컬러가 바뀌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충분한 훈련과 실전을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 팀은 승부처에 결국 김연경 선수에게 의존하게 된다. 사실 세터와 호흡 문제다. 개선 방안은 명확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부족했다. 태국은 함께 600경기에서 800경기 가까이 치른 팀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팀의 색깔이 갖춰진다. 우리는 아직 연습량이 부족하다.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고 연습을 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경 또한 훈련 내용이 몸에 체득이 될 때까지 익지 않으면 막상 실전에서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정말 승부가 눈앞에 놓이게 되면 훈련했던 패턴이 실전에서는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터가 자주 바뀌기도 했다. 압박이 심한 상황 속에서는 부담을 느끼다 보면 연습했던 것들이 안 나오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지금이 변해가는 과정이라 힘주어 말했다. 김연경은 "우리가 앞으로 부담 있는 경기에서도 연습한 패턴을 활용하고 이겨내야 지금 배구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라바리니 감독님이 여기까지 와서 지도하는 이유 아닌가. 우리가 하던대로 할 거면 감독님을 모시고 온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점들이 있으니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들블로커 양효진도 라바리니 감독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에 꽤 애를 먹었다. 양효진은 "처음 들어왔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떠올리면서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스타일이 확고하다. 여태 해왔던 배구와 많이 달랐다. 초반에는 몸 컨디션도 완전치 않았다. 전혀 다른 패턴들을 습득하려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서서히 몸으로 느껴가고 있다. 양효진은 "소속팀에서는 시간차 공격이 많은데 대표팀에서는 거의 속공이다. 가운데 속공과 양쪽 윙스파이커, 그리고 뒤에 파이프공격까지 최소 3~4명이 공격에 가담하는 스타일이다. 상위권에 있는 팀들이 하는 배구다. 연습 때에도 굉장히 빠른 스피드로 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대회에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더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느끼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타뉴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