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100人의 인터뷰] ―배구선수 김연경 | 2018/03/05
"좋아하는 배구, 맘껏 할 수 있어 행복해요"
배구선수 김연경은 대한민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다. 런던 올림픽, 리우 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활약했다. 터키의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에서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으며 MVP를 석권했다. 현재는 중국 상하이 유베스트팀에 소속돼 있다. '걸 크러시'를 대표하는 배구 선수다.
Q. 언제 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어린 시절부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운동을 다 좋아했어요. 그러다 엄마를 따라 배구 선수였던 큰 언니가 연습하는 체육관에 자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배구에 흥미를 느끼게 됐죠. 하지만 처음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엄마는 반대하셨어요. 언니가 고생하는 걸 봐왔기에 말리고 싶으셨던 거예요. 어느 날 엄마가 저를 불러 앉히고 물으시더군요. 배구를 시작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자신이 있냐고요. 저는 그러겠다고 굳게 약속을 한 후에, 본격적인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남보다 빨리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할 기회를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드려요.
Q. 어려서부터 키가 그렇게 컸나요?
아니에요. 배구는 신체조건이 매우 중요한데, 초·중학교 때 저는 선수로서는 키가 너무 작았어요. 그래서 시합에 뛸 기회를 잡기가 무척 어려웠죠. 꿈을 포기해야 하나 여러 번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배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공격수로 뛰는 건 불가능했지만,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어요.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손에서 공을 놓지 않았죠. 물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갑자기 키가 쑥쑥 자라더니 20㎝가 훌쩍 컸어요. 자연스럽게 공격뿐 아니라 수비를 겸비한 선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Q. '배구 선수가 되기를 정말 잘했어'라고 지금도 생각하세요?
물론입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국가대표로 뛸 때도 행복했고, MVP로 뽑혔을 때도 행복했고, 소속팀이 우승했을 때도 말할 수 없이 행복했어요. 저는 우리나라 배구리그를 거쳐서 일본 프로팀과 터키 팀에서도 뛰었는데 제가 소속된 모든 팀이 우승했죠. 배구 선수로는 정말 큰 영광이었어요. 그보다 더 값진 것은 국적이 다른 선수들과 팀워크를 이루어 한마음으로 서로 도왔던 경험이에요. 그 과정에서 각국의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응원을 받으면서 일하는 직업은 정말 드물어요!
Q. 만약 배구선수가 안 됐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나요?
배구 선수가 안 됐다면 농구나 축구 선수가 됐을 것 같아요. 운동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배구 선수는 직업인으로서 생명이 짧아요. 남들처럼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으니, 전 후회하지 않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고비가 올 때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세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도무지 길이 없어 보일 때도 남들은 찾지 못하는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세상에 어느 일도 쉬운 일은 없어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편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